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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2021)는 한국전쟁과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전쟁과 국가 폭력이 남긴 상처, 이별과 기억, 애도의 과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그녀는 특유의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잊혀져 가는 역사 속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들려줍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이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잊혀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며, 역사적 비극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1. 『작별하지 않는다』 줄거리
소설은 주인공 경하가 대학 연구실에서 깊은 잠에 빠진 인선을 지켜보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인선은 심한 부상을 입고 의식을 잃었고, 경하는 그런 인선을 곁에서 돌보며 그녀의 삶과 가족사를 되돌아봅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야기
소설은 경하의 시점을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됩니다. 인선은 한국전쟁과 제주 4·3 사건의 상흔을 품고 살아온 인물로, 그녀의 가족은 역사 속에서 거대한 폭력과 마주했습니다.
- 인선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이념 갈등 속에서 도망쳐야 했고, 끊임없이 죽음과 맞닿은 삶을 살았습니다.
- 어머니는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비극 속에서 태어난 인선은 부모의 고통을 고스란히 물려받으며 성장했습니다. 그녀의 삶은 과거의 흔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으며, 마치 잊혀진 역사의 증인처럼 살아갑니다.
한편, 경하는 오랫동안 인선을 알고 지낸 친구이자 동료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면서도, 인선의 아픔을 완전히 공유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경하는 인선을 돌보며 그녀의 가족이 겪었던 비극을 하나씩 되짚어 나가고, 그녀가 짊어진 고통을 이해하려 애씁니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제주 4·3 사건과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삶 속에서 되살려냅니다. 한강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과정을 섬세한 서사로 풀어냅니다.
2. 한강의 문학적 특징이 빛나는 작품
✅ 시적인 문체와 깊이 있는 감성
한강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를 유지하면서도, 이전보다 더욱 절제된 표현과 여백의 미학을 강조합니다. 직접적인 설명보다는 이미지와 분위기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독자는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 역사 속 잊혀진 이들을 향한 애도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개인의 삶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에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하는 작업입니다. 한강은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제주 4·3 사건과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조용히 끌어와, 잊혀진 이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합니다.
✅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역사적 폭력
이 소설은 여성 인물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인선과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주변 여성들은 전쟁과 폭력 속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입니다. 한강은 이들의 상처를 세밀하게 그려내며, 국가 폭력과 전쟁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3. 총평: 기억과 애도의 서사, 한강 문학의 정점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기억과 애도의 문학입니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되짚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사라진 이들과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이러한 질문 속에서 한강은 결코 과거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잊혀진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흔적을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애도의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 『작별하지 않는다』를 추천하는 이유
-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깊이 있게 다룸
- 한강 특유의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
- 잊혀져 가는 역사적 사건과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애도의 글
-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기억과 치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함
『작별하지 않는다』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닙니다. 그러나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에 스며들며, 독자로 하여금 깊은 감정과 사색을 하게 만듭니다. 제주 4·3 사건과 한국전쟁의 상처를 다루면서도, 단순한 슬픔을 넘어 기억하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의 책임에 대해 묻는 작품입니다.